산문 12

인공호흡

인공호흡은 기절한 자에게 정상인 사람이 숨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다. 심장도 뛰지 않는 때에 숨을 불어넣고 가슴 펌핑을 하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다. 인공호흡은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고 사람의 말은 흩어진 멘탈을 다시 모아줄 수 있다. 모래사장에서 아이가 파도에 휩쓸려간 자기의 건축물을 보면서 토라질 때 어른인 내가 한움큼 모래를 집어다 주면 도움이 되는 것처럼. 신경써주는 사람의 말은 보이지 않는 인공호흡과 같고 그 자체로 사랑의 표현이다.

산문 2021.07.15

지리멸렬

조각 조각 찢어진 것을 일컫는 말인데 사람의 멘탈도 가루가 되어 부서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약을 찾고 호흡을 해도 회복이 안되고 괴로워서 밑바닥을 칠 때가 더러 있다. 회복이 안되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망신살이 뻗치는 건 시간문제라는 직감이 들 때 식은땀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리멸렬한 자신을 자기가 조각 조각 찢어버리는 일이다. 남이 찢은 건 붙일 수 있지만 자기가 찢은 건 붙이기 어렵다. 지리멸렬한 조각들을 이어붙일 자는 그래도 조각조각 찢어진 자신이니까.

산문 2021.07.15

믿음

믿음은 진실로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 그러나 믿음이란 상대방의 가장 고귀한 천성을 믿음으로써 실현된다. 사람이 저지르는 온갖 악행은 알 수 없는 흐름에 쓸려 하게 되기도 하고 양심을 잃고 추락하여 저지르기도 하지만 천성은 생생히 살아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은 오직 선에 대한 사랑이고 천성이 존재함에 대한 믿음이고 우리가 언제고 손을 맞잡을 날이 있음을 믿음이다. 이 외의 믿음은 그/그녀를 구속하는 온갖 망상이 되어 존재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산문 2021.07.11

사랑한다는 말

사랑해란 말은 참으로 고귀한 말이다. 영원한 사랑이란 참으로 고귀한 개념이다. 우리가 창조할 수 있는 말 중에 가장 가슴이 뛰고 존재를 사랑스럽게 휘감는 에너지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하거나 그것을 추구하여 자신을 희생한다면 사랑은 희생의 대체물로 전락하여 고귀한 말뜻조차도 발목을 잡는 추락한 천사가 되어버린다. 상대가 변하지 않을 거라는 망상은 자신에게 있는 욕심을 상대에게 투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심리학이 대세인 건 이런 정신 나간 사랑에 대한 기대를 잡아주고 조금은 조절해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돌아보아도 사랑해란 말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말 중 하나이다.

산문 2021.07.11

Let it rain

슬픔이 존재를 적시게 놔두라 기쁨이 솟아오르게 놔두라 사라질 것들은 사라지고 남을 것들은 남아 있다 기억이라고 별 게 아니다 모두 과거의 환영일 뿐 슬픔은 지나가버리고 기쁨도 사라져버린다 남은 것은 고요한 눈 무엇을 바라보는지 알 수 없는 그 참된 바라봄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소리쳐 보아도 메아리는 남아 내 안을 울린다 사라지지 못할 것들을 사라지게 하지 말라 사라져야 할 것들을 붙잡지 말라 연민으로서 사랑으로서 할 일이 아니나니 운명에 순응하는 것은 비겁자의 일이 아니다

산문 2021.07.10

집착에 대한 단상

오랫동안 헤매온 것을 알게 되었다 끝없이 헤매었음을 마음을 어둡게 하여 울먹였음을 비극을 보고 울먹였고 슬픔을 보고 울었으며 가혹함을 보며 눈물을 삼켰다 그러나 사랑을 원망하는 것만큼 괴로운 것은 없으리라. 부모를 미워하는 것처럼 마음을 끊는 것이, 가슴 속을 부패하게 하는 것은 없었다 하물며 사랑이라면 우리가 숭고히 생각해온 대상이며 받들어야 하고 지켜야 하는 대상일진대 세상엔 슬픔이 너무 많아서 결국엔 끊어진 가슴으로 타락하는 것이다 이 비극은 나뿐만 아니라 끝없이 인간사에서 되풀이 되는 흐름임을 알 수 있다 사랑이 죄라면 세상은 한순간도 살 가치가 없으리라 그러나 맹목은 사람을 지옥에서만큼 비참하게 만들 것이다. 세상에 괴로움이 가득 차 있는 것은 집착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집착, 완벽함에 대한 집..

산문 2021.07.07

믿음

내게 만약 작은 재능도 없었다면 먹고 사는 것을 궁리하느라 바빴으리라 하늘을 믿지 않았다면 여유롭게 있을 수 없었으리라 외로움도 적이요 마음과 싸우며 지냈으리라 괴로움은 사치라 여겼으리라 더 많이 갖고 더 잘 살기 위해 삶과 투쟁하였으리라 지난 시간들은 내게 하늘을 향한 믿음을 가져다 주었다 그 믿음으로 인하여 투쟁하지 않으며 평화로울 수 있다.

산문 2021.07.07

친구

오랫동안 진실한 친구를 찾아왔지만 알고 말았다.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마음을 열면 친구가 되고 마음을 닫으면 적이 된다. 친구이든 적이든 마음에 달려있어서 영원한 친구를 찾는게 허망하다는 걸 알아버렸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는 친구는 나 자신이라는 것도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영혼에게 편지를 띄운다. 나의 진실한 친구여! 우리 함께 오랫동안 멋진 삶을 살자꾸나 '그러하기를'

산문 2021.07.04

서로에게

서로 따뜻하게 말하는 게 어려운 일이란 걸 알았다. 서로 미소 짓는 게 어려운 일이란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제한된 틀로 서로를 바라보면서 사랑을 갈구하지만 받지 못할 때는 실망하고 만다. 그러면 어떠한가! 아직 시간은 많으니 차차 맞춰가면 되지. 나는 포기할 줄 모르는 심장을 갖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렇지만 집착하지는 않으리라. 그 누구에게도, 집착은 미소를 앗아가고 증오심을 낳는 괴물이니까.

산문 2021.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