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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멸렬

조각 조각 찢어진 것을 일컫는 말인데 사람의 멘탈도 가루가 되어 부서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약을 찾고 호흡을 해도 회복이 안되고 괴로워서 밑바닥을 칠 때가 더러 있다. 회복이 안되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망신살이 뻗치는 건 시간문제라는 직감이 들 때 식은땀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리멸렬한 자신을 자기가 조각 조각 찢어버리는 일이다. 남이 찢은 건 붙일 수 있지만 자기가 찢은 건 붙이기 어렵다. 지리멸렬한 조각들을 이어붙일 자는 그래도 조각조각 찢어진 자신이니까.

산문 2021.07.15

믿음

믿음은 진실로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 그러나 믿음이란 상대방의 가장 고귀한 천성을 믿음으로써 실현된다. 사람이 저지르는 온갖 악행은 알 수 없는 흐름에 쓸려 하게 되기도 하고 양심을 잃고 추락하여 저지르기도 하지만 천성은 생생히 살아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은 오직 선에 대한 사랑이고 천성이 존재함에 대한 믿음이고 우리가 언제고 손을 맞잡을 날이 있음을 믿음이다. 이 외의 믿음은 그/그녀를 구속하는 온갖 망상이 되어 존재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산문 2021.07.11

사랑한다는 말

사랑해란 말은 참으로 고귀한 말이다. 영원한 사랑이란 참으로 고귀한 개념이다. 우리가 창조할 수 있는 말 중에 가장 가슴이 뛰고 존재를 사랑스럽게 휘감는 에너지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하거나 그것을 추구하여 자신을 희생한다면 사랑은 희생의 대체물로 전락하여 고귀한 말뜻조차도 발목을 잡는 추락한 천사가 되어버린다. 상대가 변하지 않을 거라는 망상은 자신에게 있는 욕심을 상대에게 투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심리학이 대세인 건 이런 정신 나간 사랑에 대한 기대를 잡아주고 조금은 조절해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돌아보아도 사랑해란 말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말 중 하나이다.

산문 2021.07.11